웹툰 작가 A씨는 웹툰플랫폼 중개회사와 2차 저작물뿐만 아니라 해외판권까지 넘기는 매절계약으로 5년 전속계약을 맺고 총 4개의 작품을 연재했다. 네 번째 작품은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작가가 받은 돈은 40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통보했으나 회사는 그에게 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일러스트 작가 B씨는 학습도서 삽화를 맡아 그렸다. 1컷당 최대 20회가 넘는 수정 요구를 받으며 작업했지만 수정작업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했다.
웹툰 스토리작가 C씨는 웹툰창작모임에 합류해 캐릭터, 스토리, 시놉시스 등을 개발했지만 대표작가가 그의 작품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해 그 모임은 C씨가 창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그대로 활용한 웹툰을 연재했다.
서울시는 일러스트(삽화), 웹툰, 만화, 웹소설 등에 종사하는 작가 83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문조사 방식으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절계약, 저작권 탈취, 대금 미지급, 성폭력 등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일러스트 분야 응답자 중 79.0%는 과도한 수정 요구, 시안(試案)비 미지급, 매절계약 강요 등 불공정 계약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웹툰·만화 분야 응답자의 36.5%도 일정 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사용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겨야 하는 매절계약, 부당한 수익배분 등을 강요당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이들이 체결한 연재계약서나 외주계약서에서도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갑’에게 양도하고” “수행된 결과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갑’에게 귀속되고” “‘을’은 저작인격권을 주장하지 않으며” 등과 같은 불공정 조항이 다수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욕설 및 인권 무시, 사적인 업무 지시, 성희롱·성추행 등 인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만화·웹툰의 경우 30.8%, 일러스트의 경우 36.0%로 3명 중 1명이나 됐다. 만화·웹툰 분야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는 사용한다는 응답이 23.9%에 불과했다. 표준계약서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은 42.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의 활동 기간은 평균 6∼7년이며, 월 평균 수입은 만화·웹툰 분야 198만원, 일러스트 분야 144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문화예술인들의 불공정 피해를 막기 위해 무료 법률상담 등을 제공하는 ‘문화예술불공정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 ‘문화예술 호민관’ 4명을 문화예술 관련 협회나 단체에 파견할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저작권 빼앗고 대금 안 주고… 문화예술계 ‘갑질’ 여전하다
입력 2017-06-12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