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까지 활용 ‘일자리’ 호소… 16차례 박수 받았다

입력 2017-06-13 05:01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인사참사 사과하라’ 등 문구가 적힌 종이를 좌석 앞 단말기에 붙인 채 앉아 있는 모습. 김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최소한의 ‘예의’는 보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9분간 시정연설을 하면서 모두 16차례의 박수를 받았는데, 여당 의원들의 박수였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 구직자, 화재 진압 과정에서 다치고도 병가를 쓰지 못하는 소방관, 과로사한 우체국 집배원의 안타까운 소식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만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통과가 절박하고 시급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선 여당 의원들의 큰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자리’ 단어를 44차례나 언급했다. ‘청년’(33차례), ‘국민’(24차례), ‘정부’(20차례)도 자주 언급됐다.

시정연설에선 모두 22장의 이미지 자료가 활용됐다. 대통령의 기존 시정연설과는 다른 ‘프레젠테이션 방식’이었다. 복잡한 통계를 그래프를 통해 간단히 나타냈고, 일자리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감각적인 이미지도 활용됐다. 청년실업 문제를 지적할 때는 한 여성 구직자가 정장 차림으로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자신의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의 사진이 등장했다.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청와대가 준비한 이미지 자료는 TV로 생중계된 연설 화면에도 문 대통령의 연설 장면과 분할 방송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현장의 국회의원은 물론 시정연설을 보는 국민들께 일자리 추경의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시켜드리기 위해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젠테이션 아이디어는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내정자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시정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중앙 복도를 따라 올라갔다.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앉아 있던 한국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했다. 본회의장 맞은편에 있던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에게도 다가가 악수를 나누느라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 5분 정도가 걸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침 회의 때 연설을 마치고 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네자고 따로 계획하거나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본회의장 좌석 앞 단말기 앞에 ‘야당 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국민약속 5대 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등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여 항의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에게 “오늘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 간담회 자리에 못 갔는데 대통령이 여기까지 찾아오셨다고 해서 감사하다는 얘기만 한마디 했다”고 말했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