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갈등 해법 논의도 못해… ‘협치’ 기대 깨졌다

입력 2017-06-13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와 만나 티타임을 갖고 있다. 불참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전인 오후 1시40분쯤 국회에 도착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15분간 여야 지도부와 짧은 간담회를 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경색된 인사청문 정국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유감의 뜻과 함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요청하고, 국민의당 등이 입장을 바꾸는 시나리오도 나돌았다.

그러나 간담회가 협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만 당부했다. 인사청문 정국을 풀기 위한 발언은 없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시정연설은 관행적으로 총리께서 해왔던 것인데, 제가 직접 찾아뵌 건 그만큼 국회와 더 긴말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그런 성의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나 민생 문제는 너무 긴박한 상황이고, 어차피 인사청문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와 별개로 추경만큼은 빠르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추경에 대한 설명만 이어갔고, “국회 상임위원장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겠다.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며 여야 상임위원장 오찬 추진도 재차 언급했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국회 대치 상황을 풀기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 행보를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형식은 바뀌었는데 내용은 바뀐 게 없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핵심인 인사와 정책, 예산을 모두 정부가 정해놓고 국회에 와서 통과해 달라는 얘기만 하는데, 다 정해진 것을 국회가 들어주는 것이 협치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이 인사 관련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자주 말씀하시는데 장관 후보자 11명 중 9명이 선거대책위에 참여했던 사람이어서 말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진짜 탕평책으로 천하의 인재를 골고루 써 주시고 너무 아는 사람 위주로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추경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봐주시는 거죠”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초대 내각 인사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요구하는 건 공직배제 5대 원칙을 지키겠다면 그에 맞는 사람을 (국회에) 보내고, 못 지키겠으면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칙을 지키겠다면서 그런 사람을 계속 보내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전까지만 해도 간담회에 참석하려 했는데 3당이 모여 추경 심사를 합의한 것은 제1야당에 대한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 관련 사안까지 언급하는 건 주제를 흐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추경만 집중해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불참에 대해서는 “함께 국회에서의 협치를 통해 국민께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지혜롭게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끝까지 한국당을 믿는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