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짝사랑?… 北, 허용된 대북접촉 사실상 거부

입력 2017-06-13 05:00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문재인정부의 ‘투 트랙’ 대북 정책이 북한의 냉대에 막혔다. 정부가 승인한 대북 접촉은 지금까지 15건이지만 북한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치밀한 대남 전략을 짜온 북한에 대한 대응치고는 허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통일부의 대북 접촉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북한으로부터 긍정 회신을 받거나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는 한 곳도 없었다. 북측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단체는 4곳이었고 나머지는 회신도 받지 못했다. 6·15남측위원회는 북측과 6·15 남북 공동행사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스스로 포기했다.

대북단체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은 “방북, 사업 협의 등과 관련해 서신을 보냈는데 답이 전혀 없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도 “북한에 서신을 보내기도 전에 이미 민간교류가 다 무산되는 분위기였다. 당장은 사업 추진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설익은 대북 접근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을 생각하고 접근법을 짜면 북한이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세련된 접근이 필요했는데 구태의연했다”면서 “북한은 이미 남측의 패를 다 읽고 있었다. 저들은 준비를 다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순진하게 나갔다”고 말했다.

민간교류 단체들은 7∼8월 사이 남북협력 복원의 계기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민간단체에 보낸 서신에서 우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한 점은 비난하면서도 남북 교류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함께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때가 돼서 북한이 민간교류에 진정성을 갖고 응할지는 확실치 않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로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 시범단이 참석하는 문제는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지난 4일 우리 측에 북한 국적자 32명 등 총 36명의 참석자 명단을 보내왔다. 다만 북한은 아직 통일부에 남한 방문 승인신청을 보내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는 한·미동맹에 근거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남북관계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사안은 대북 제재의 근간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