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이 고강도 정치·노동 개혁을 추진 중인 만 39세 신임 대통령에게 또 한 번 압승을 안겼다.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대통령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 연합은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1차 투표에서 32.32%를 득표, 18일 결선투표에서 하원 577석 중 최대 440석(76%)을 독식할 것으로 전망됐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최대 승리로, 사실상 ‘일당독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의석 0석인 신생 정당의 압승은 프랑스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의 준엄한 명령으로 읽힌다. 미 CNN방송은 집권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해야 성공적인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번 총선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프랑스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도 “여당에 과반 의석을 주려는 프랑스인의 의지가 드러났다”고 자평했다.
프랑스의 선택은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 개혁 의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은 지난 1일 국회의원 3선 연임 금지, 친인척 의원 보좌관 채용 금지, 비리 정치인 10년간 공직 출마 금지 등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남녀 동수 내각과 공천 등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실험’이 기성 정당의 추락을 초래한 혐오와 불신의 정치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압승을 발판 삼아 대선 공약 1호인 노동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산별노조를 배제한 사업장별 근로조건 직접 교섭, 초과근무수당 삭감, 퇴직금 상한제 도입 등 노동개혁안을 8월 말까지 입법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시에 법인세 인하, 공무원 감축 등 친(親)시장 정책을 통해 고실업과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역사적인 압승이 불통(不通)의 리더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르몽드는 특정 정당이 의회를 독식,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대표는 “견제 세력이 없는 집권당을 목격하게 됐다. 민주적인 토론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수아 바루앵 공화당 선거대책본부장은 “한 정당이 권력을 독차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도지사는 “권력의 편중은 다양성의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마크롱 개혁 성공하라”… 0석서 최대 440석 독식
입력 2017-06-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