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역량 확충을 위해 인력 10%를 늘린다는 보도(국민일보 6월 9일자 21면)와 관련해 국·과장을 대상으로 취재원 색출에 착수했다. 지난 1∼9일 사이에 기자와 통화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통화내역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조직개편 업무와 관련 없는 직원 중에도 기자와 친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진술서와 통화내역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지시를 내린 배경에는 공정위 신영선 부위원장이 있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공정위 전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모든 직원은 조직 개편 사항에 대해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기사가 나가자 신 부위원장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공정위 일선 직원들은 신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조직 개편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한다. 대기업조사국 신설과 조사역량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데 왜 죄를 지은 것처럼 쉬쉬해야 하느냐”고 말한다. 내부에서 공론화하고 바람직한 조직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게 상식인데 수뇌부는 밀실 행정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부위원장의 취재원 색출 지시는 실세 여당 의원이 보안 문제를 질책하니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아무리 소통과 민주주의를 외쳐도 공무원 사회는 ‘광장의 소통’보다 ‘밀실의 협의’를 선호하는 듯하다. 공정위는 박근혜정부 시절 행정자치부와 밀실 협의를 거쳐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조직 확대를 꾀했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4년간 정원을 4명 늘리는 데 그쳤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공정위 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비민주적 일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공정위 증원 보도에 황당한 과민반응
입력 2017-06-12 18:21 수정 2017-06-13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