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쫓아가는 카피캣?… ‘앞서가는 판다’로 변신 중

입력 2017-06-13 05:01
애플이 iOS11부터 제공할 예정인 아이메시지 송금(오른쪽)과 위챗페이 송금(왼쪽) 화면. 메시지 서비스 내에서 상대방과 대화하는 도중에 송금하는 방식이 같다. 텐센트는 2013년부터 위챗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각 사 제공

중국 기업이 선진국 기술이나 제품을 베껴서 값싸게 파는 ‘카피캣(copycat)’의 오명을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오히려 중국에서 시작된 기술을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이 따라하는 등 중국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술 회사들이 중국의 카피캣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텐센트 같은 대형 업체의 기술이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미국에서 그대로 선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폰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에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바로 송금할 수 있고, 결제도 할 수 있다. 애플이 이 기능을 공개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위챗페이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아이메시지가 위챗의 복제품이 됐다”고 비판했다. 위챗은 2013년부터 위챗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WSJ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모바일 결제, 보안,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에서 중국 업체의 성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IT 빅3가 모바일 결제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선보인 림보바이크도 사실은 중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먼저 선보였다. 중국에서는 공유경제 붐을 타고 집, 우산, 농구공 등 다양한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게임 업체들이 중국에 게임을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역으로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누비고 있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이 초강세다. 매출 및 인구 순위 상위권에 있는 게임 상당수가 중국 게임이다. 카카오가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고 있는 ‘음양사’도 중국 게임이다. 카카오는 13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음양사를 국내에 공개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전환이 빨랐던 중국 업체들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하드웨어 사양 경쟁을 촉발한 쪽은 중국이다. 인지도에서 뒤진 중국 업체들은 고사양 경쟁을 펼치며 존재감을 높여왔다. 중국 업체들이 시작한 고화질 전면 카메라 탑재는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따라가는 트렌드가 됐다. 애플, LG전자 등이 채용한 후면 듀얼 카메라도 화웨이, 비보, HTC 등 중화권 업체들이 먼저 시작한 경우다. 비보 등은 최근 전면 듀얼 카메라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