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통한 성장론이 실효 거두려면

입력 2017-06-12 18:25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다. 국회와 소통하고 협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실업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가 펴온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낙수효과’가 실패한 만큼 일견 타당성 있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포용적 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해 경제 불평등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2위다.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이 행복할 수 없고 지속적인 성장도,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다는 문 대통령의 진단도 옳다.

문제는 일자리의 절박함과 시급함은 공감하지만 해법이 맞는가 하는 점이다. 문재인정부는 11조2000억원의 추경을 통해 11만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단기 응급처방을 통한 공공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누차 강조했지만 일자리 추경이 국가재난 등에만 편성하도록 된 국가재정법에도 어긋나거니와 국민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추경을 하겠다는 대전제를 세워놓고 나중에 숫자를 끼워넣다 보니 졸속으로 이뤄진 부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야당이 ‘공무원 추경’ ‘LED 추경’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소방관·복지공무원 등 안전·보육 부문의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고용한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다는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나 청년구직촉진수당, 육아휴직 급여 2배 인상 등은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국고를 축내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회는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면밀히 심사해야 한다. 추경이 연례행사가 되지 않으려면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재정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합의도 필요하다.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나라 재정을 축내는 일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민간 기업이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이 69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무려 176조원이 늘었다. 박근혜정부가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나 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별 효과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외면하면서 사내 유보금만 늘려가는 것은 미래를 좀먹는 행위다. 기업들이 이제 화답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