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 난국 정면 돌파 의지 내비친 대통령

입력 2017-06-12 18:25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차담회에서 꽉 막힌 청문회 정국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추경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아예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만 했다. 시정연설에 앞선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이 꼬여버린 인사 정국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했지만 문 대통령은 화답하지 않은 것이다. 야권에 회군 명분을 주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대변인 발표 형식을 빌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한 바 있다. 국회 방문도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끝까지 한국당을 믿는다”고 했다. 한국당의 무조건적 협조를 요구한 셈이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향후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전날 인사에서 예고됐다. 장관 후보자 5명 모두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문재인 사람들’이었다. 탕평·통합의 인사가 아니라 보은·코드 인사였다. 취임 초반 감동을 줬던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뜻을 펼치기 위해 자신의 사람을 배치하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노골적인 보은·코드 인사는 문제가 다르다. 앞으로 장·차관과 공기업 산하기관에 얼마나 많은 ‘친문’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갈지 우려스럽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아 야당의 협조 없이도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지율은 한순간에 날아가는 신기루에 가깝다. 협치는 미래 위기를 예방하는 선제 카드다. 하나를 내주고 열을 얻는 전술적 변화가 필요하다.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원칙 훼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유감 표시나 사과는 야권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조치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