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KT&G 前 노조위원장, 사장에게 받은 명품시계 ‘뇌물? 선물?’

입력 2017-06-13 05:00
노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KT&G 전 노조위원장이 사측으로부터 받은 고가의 명품시계는 뇌물일까, 선물일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민영진(59) 전 사장으로부터 수천만원대 명품시계를 받은 혐의(배임수죄 등)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59) 전 노조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전씨가 민 전 사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시계를 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전씨는 2010년 10월 출장차 들른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민 전 사장으로부터 4540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파텍필립’ 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전씨가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노사 합의를 성사시킨 대가로 고가의 시계를 받았다고 봤다. 민 전 사장은 해외 거래처 회장에게 선물로 받은 이 시계를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이뤄진 KT&G의 구조조정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됐다고 볼 수 없고, 노사 합의가 이미 종료돼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민 전 사장이 형사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가의 명품시계를 건넬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민 전 사장이 비밀리가 아닌 비서실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전씨에게 시계를 건넨 점, 또 해당 시계의 브랜드와 가격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다. 문제의 시계는 현재 검찰이 압수해 보관 중이다. 판결이 유죄로 확정될되면 시계는 몰수되고 무죄일 경우 절차에 따라 전씨가 돌려받게 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