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인물탐구]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지식인, 그게 좌라면 나는 당연히 좌”

입력 2017-06-13 05:02

지난 11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3년 정년퇴임 당시 “현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며 “그게 좌(左)라면 나는 당연히 좌”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가 있다면 소수와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을 키운다”며 “정부가 잘한다는 얘기는 보통 안 한다. 모든 정부에 대해 공통되게 지니고 있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운 안경환 교수 정년기념 대담’이라는 제목으로 2013년 9월 서울대 ‘법학’지 제54권에 실린 내용이다.

서울대에서 오래도록 교수생활을 한 그는 “선생과 학생은 일종의 부모자식, 형제지간”이라며 “학생이 경찰에 잡혀가면 무조건 빼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당시 대담에서 밝혔다. 학생 시위가 많았던 80년대에는 서울대에서 대규모 학생 징계가 있었는데, 안 후보자는 자신이 학장 역할을 수행하던 법과대학에서는 징계를 보류했다. 그는 제적된 다른 단과대 학생들이 찾아오면 학교를 상대로 소송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국민학생(초등학생)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 생일을 기념하는 백일장에 나가 ‘우리 대통령’이라고 제시된 주제로 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고 대담에서 밝혔다. 그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백일장에 있었지만 원고지를 찢어버리고 나와 버렸다는 얘길 듣곤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 역시 이승만 단독정부를 거부했던 이였기 때문에 백일장 수상 소식에 기막혀 하며 매를 들었다고 안 후보자는 회고했다.

안 후보자는 수십년 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받을 때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다. 이때 그는 30분간 같이 차를 마실 시간을 활용해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제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고 그는 대담에서 기억했다.

안 후보자는 자신이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았다는 평도 받았지만, 이슈에 따라 좌우를 오가는 기회주의자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스스로 말했다. 특히 그가 2013년 펴낸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라는 책에 대해서는 ‘전향한 것이냐’는 평가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우리 세대는 일제 말기는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든 간에 전부 ‘일제의 역사’라 치부하고 오로지 청산 대상으로만 삼았는데, 과연 그런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당시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