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기독교인의 치료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파키스탄에서 발생했습니다. 숨진 청소부의 가족이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독교 선교사이트 슈바트닷컴은 지난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신드주 우르마코시의 한 병원 무슬림 의사가 더러운 몸을 만질 수 없다는 이유로 유독가스에 질식해 응급실로 옮겨진 기독교인 청소부의 진료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독교인인 이르판 마시(30)는 하수도를 청소하다 하수구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었습니다. 동료들은 급히 그를 이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런데 무슬림 의사들은 온몸을 청결히 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 더러운 청소부의 몸을 만질 수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만약 마시가 같은 무슬림이고, 신분 높은 사람이었다면 이 의사들이 인공호흡기조차 부착하지 않았을까요. 마시의 형 파베즈는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동생은 몸에 묻은 오물을 씻기는 중에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 최대의 종교행사로 6월 한 달 내내 계속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하마드에게 쿠란을 가르친 걸 기념하는 행사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고 불경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기간 순례객에겐 아무 조건 없이 음식을 제공하고 관용을 베푸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같은 무슬림에겐 그렇게 관대하면서도 단지 종교가 다르고 몸이 더럽다는 이유로 다친 사람을 치료조차 하지 않은 일을 어찌 봐야 할까요.
마시의 가족들과 현지 기독교인들은 그의 시신이 담긴 관을 들고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파키스탄 비영리시민단체 관계자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편견과 증오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펀잡주 셰이크푸라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무슬림 거물의 집 가정부로 일하던 스무살 기독교인 청소부가 주일을 지키겠다고 했다가 주인의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이 무슬림의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다가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일은 너무도 흔하게 벌어집니다.
무슬림의 나라 파키스탄에서 가장 미천한 직업 가운데 하나인 하수도 청소부는 90%가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마시 사망사건 이후 생명을 살려야 할 최소한의 윤리조차 망각한 이 의사들에 대해 무슬림들조차 비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조차 없다면, 과연 그게 절대자 신을 믿는 종교일까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미션 톡!] 파키스탄 무슬림 의사의 ‘反인륜’
입력 2017-06-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