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모든 투수가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같다면 어떻겠느냐”고 질문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도 “내가 이러려고 타석에 들어섰나”하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슈어저는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는 선수다. 타자는 가장 기피하고 싶은 투수 중 하나다. 하지만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에게는 예외일 것 같다. 슈어저의 천적을 넘어 거의 저승사자에 가깝다.
추신수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전에서 슈어저를 상대로 2안타(1홈런)를 기록하며 또다시 완승을 거뒀다. 슈어저는 8회 추신수 타석에서 교체됐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수치상 ‘평범한’ 타자다. 시즌 타율이 0.255에 불과, 천문학적인 몸값(7년 1억3000만 달러)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슈어저는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이던 2013년 21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지난해에는 워싱턴에서 20승 7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만나면 항상 웃는 쪽은 추신수였다. 이날 현재 추신수의 슈어저 상대 통산 타율은 0.583으로 메이저리그 현역 타자 중 1위다.
천적 관계는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이던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슈어저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이적하며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추신수를 만났다. 그해 추신수는 슈어저를 상대로 타율이 0.556(9타수 5안타)에 달했다. 이듬해에도 타율이 0.600이나 됐다.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2013년, 슈어저는 라디오 방송에서 “그가 이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슈어저의 추신수 공포증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리고 이날 5년 만에 인터리그로 만났지만 천적 관계는 변함없었다. 슈어저는 경기 후 “추신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LA 다저스 류현진은 이날 신시내티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홈런 3개 포함 4이닝 6피안타 4실점 뭇매를 맞고 강판됐다. 류현진이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4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이은 시즌 두 번째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90.2마일(약 145㎞)에 불과해 상대 타선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직구 구속 회복 없이는 선발진 안착이 어렵다는 평가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추신수 “슈어저만 매일 만났으면…”
입력 2017-06-12 18:17 수정 2017-06-12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