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TV 드라마 ‘도깨비’에서 동화 같은 배경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있다. 바로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퀘벡이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토에 천연가스, 우라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생물학, 지구과학, 우주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며, 국민 1인당 과학 학술논문 수가 세계 5위권에 속할 정도로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14명이나 배출한 과학 선진국이다.
캐나다의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은 정부의 강력한 투자 정책에 기인한다. 전체 연구·개발 자금은 258억 달러(2014년, 세계 8위)에 이르며 그중 정부 연구비 비중은 34.6%로 프랑스 다음으로 높다. 또한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금은 대학의 기초 연구에 투자되는 경향이 높은데 지역 내 대학과 연구소는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의 신규 고용창출에 기여한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환경, ICT, 바이오·의학, 에너지를 중점 투자 분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캐나다의 기초과학 중심 정책과 다양한 생물·광물 자원에 대한 과학적 탐구의 가능성을 과학기술 협력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16년 캐나다와 과학기술혁신협력협정을 체결해 항공·우주, 환경·에너지, 생명과학, ICT 등 핵심 분야의 공동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시범적으로 나노·에너지 공학 분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소형·저가의 신개념 가스분리기 모듈 개발과 나노물질 안정성 향상을 위한 과제로, 앞으로 양국 간 공동 연구·개발의 성공적 수행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캐나다의 공동연구 논문은 2012년 700여편에서 2016년 900편으로 증가했고, 최근 5년간 양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논문 약 4000편의 피인용 수는 세계 평균 피인용 수의 3배에 이를 정도다. 질적으로 우수한 논문들이라는 뜻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과학기술협력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고자 캐나다 인력교류 전문기관인 ‘Mitacs’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올 하반기부터 우수한 석·박사급 대학원생 단기 연구연수가 이뤄질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신진 인력 대상 인력 교류 사업이 캐나다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해당 국가의 연구실에서 직접 생활하며 연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 역량은 물론 간접적으로 연구 노하우와 지속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신진 과학도들이 글로벌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향후 공동연구 주제 발굴과 연구방법론 공유 등 지속적인 공동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재단은 세계연구지원기관장협의회에 적극 참여한 결과 지난 5월 28∼30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총회에서 러시아 기초연구지원재단과 함께 차기 총회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2018년 5월 28∼30일 모스크바에서 전 세계 60여개국 연구지원기관장 대표가 참석하는 총회 개최 및 연구지원 정책 수립과 국제 연구협력 프로그램을 주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재단은 대표 연구지원기관의 위상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한국과 캐나다의 과학기술 협력은 태동기라 할 수 있다. 커다란 나무도 아주 작은 씨앗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새로운 인력 교류 사업은 향후 양국의 공동연구에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올해 7월에는 서울에서 한·캐나다 공동연구 포럼이 개최될 계획이다. 항공·우주 및 환경·에너지,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유망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는 캐나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고,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증진과 상호 윈윈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고-조무제] 캐나다와의 R&D 협력
입력 2017-06-12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