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인선 감감… 금융가 갑갑

입력 2017-06-12 05:01

문재인정부의 ‘1기 경제팀’이 속속 꾸려지고 있지만 금융위원장 인선은 지연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의 키를 쥔 금융위 수장이 누가 될지 유력 후보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관료 출신이 온다’ ‘깜짝 인사일 수 있다’는 설(說)만 난무한다.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진 금융위원장 인사에 금융권의 셈법만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11일 5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지만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빠졌다. 국회가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차기 금융위원장 인선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선장을 찾지 못한 금융권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수협은행과 SGI서울보증보험이다. 54년 만에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수협은행은 지난 4월 12일 이원태 전 행장이 임기를 마쳤지만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견해 차이로 두 달 넘게 ‘선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도 최종구 전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후임 선정 절차를 시작도 못한 상태다.

한국은행 인선도 영향을 받고 있다. 장병화 부총재의 임기가 오는 24일 끝난다. 선임절차가 한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벌써 후임 인선이 발표됐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 사령탑 구성이 늦어지며 후임 부총재 선임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은 독립기관이지만 수뇌부는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임기가 1년반가량 남았지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금융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아 진퇴 논의를 하기엔 이르다는 분위기다.

정책 측면에서도 업계의 고민이 깊어진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선 금융위원장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어떤 입장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영화에 성공한 뒤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다음 목표에 사활을 건 우리은행도 차기 금융위 수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공적자금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잔여 지분(21.4%) 매각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도 전전긍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의 금융위원장이 올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현재 금융위원장 후보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이동걸 동국대 교수,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