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세부 교민 피살사건 진상은… 섬뜩한 내연녀 복수극

입력 2017-06-12 05:03

지난달 20일 오후 4시30분쯤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인 황모(47)씨가 집에서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문은 파손되지 않은 채 열려 있었다. 황씨가 순순히 문을 열어줄 정도의 면식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 집 열쇠와 휴대전화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경찰은 필리핀인 A씨(28)와 B씨(38)를 용의자로 보고 체포했다. A씨와 B씨가 지난달 13일 황씨의 열쇠와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훔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 수사를 지원하고자 투입된 한국 경찰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를 전담하는 한국 경찰관)는 A씨와 B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이상한 구석이 많다고 봤다. 이들이 황씨를 살해할 동기가 불분명했다.

수사의 흐름이 달라진 것은 교민들이 황씨 유족을 설득해 황씨의 휴대전화 메신저 계정을 확보, 경찰에 전달하면서부터다. 휴대전화에서는 필리핀 여성 C씨(20)가 황씨에게 사건 당일 “집을 방문하겠다”고 보낸 메시지가 확인됐다. 또 C씨가 황씨에게 “내가 어떻게 당신을 용서할 수 있겠나”라고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필리핀 경찰이 지난 5일 마사지사인 C씨를 잡아 신문하자 C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조사 결과 황씨와 C씨는 내연 관계였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C씨가 황씨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 적발돼 황씨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C씨는 앙심을 품고 남자친구 D씨(34)와 함께 황씨를 살해하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C씨는 “훔친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황씨 집을 방문한 뒤 D씨와 청부살해업자 E씨를 집으로 불러 황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 경찰은 C씨와 D씨를 검거하고, E씨는 추적하고 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