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교실 밖과 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까만 얼굴의 아이들은 자꾸만 깔깔대며 바쁘게 뛰어다녔다. 와중에도 레고 로봇을 만들거나 노트북 속 코딩프로그램을 이리저리 살펴볼 땐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강사의 질문에는 손을 들기도 전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빅데이터’ ‘증강현실’ ‘웨어러블’ 등의 단어들은 이미 익숙했다.
지난 8일 코딩 교육이 한창인 서울 금천구 세일중학교를 찾았다. LG CNS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교육프로그램인 ‘코딩 지니어스’를 지난 4월부터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하는 데 앞서 LG CNS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직원 100명이 재능기부를 해 강사로 나섰다. 이들은 대학생 자원봉사자 50명과 함께 한 해 동안 20개 중학교 2500명의 중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친다.
이날은 세일중 1학년 학생 126명이 6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들었다. 총 3교시로 구성된 수업은 각 수업 당 1시간 40분씩 진행된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에게 다소 긴 시간처럼 보였지만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직접 프로그래밍한대로 움직이는 레고 로봇을 만들 때는 눈이 빛났다.
아이들은 팀장, 테스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으로 역할을 정했다. 각 역할에 맞춰 로봇을 꾸미거나 프로그래밍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버스 모양으로 생긴 로봇을 정해진 경로대로 완주시키는 게 목표인데 갈림길마다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각 갈림길에서 로봇이 어느 각도로 얼마나 이동할 것인지를 프로그래밍 했다. 버스는 제자리를 계속 맴돌거나 경로를 이탈해 다른 곳으로 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설정을 바꿔가며 버스가 제 갈 길을 가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40분 만에 경로 완주를 마친 조가 나왔다. 1등을 하지 못한 조의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는 종이 치는지도 모르고 프로그래밍을 계속 해나갔다.
다른 교실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 만들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폰 모양의 종이판에 그림을 그려 앱을 구현했다. 아이들은 축구화에 웨어러블 기기를 탑재해 걸음걸이나 운동 습관을 분석하는 앱, 증강현실로 다른 사람들과 총 싸움을 할 수 있는 앱 등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결과를 발표했다. 수업에 참가한 한서연양은 “코딩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컴퓨터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게 신기했다”며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인데 새로운 공부를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은지양은 “커서 가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오늘 배운 증강현실 개념을 디자인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LG CNS는 코딩 수업을 위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한양대 교육공학과의 자문과 감수를 받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위해서 직원들은 로봇 장비 25대, 실습 노트북 80대를 들고 학교를 찾는다. 수업은 총 4교시로 코딩 프로그래밍 기초 이해, 레고 EV3 로봇 실습, 스마트폰 앱 만들기, 청소년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 정립 등으로 구성된다.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강사들은 아이들이 조별로 문제를 맞추거나 과제를 수행하면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모은 스티커는 조별 빙고 게임을 하는 데 쓰인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질문을 하면 곁으로 다가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아이들이 코딩을 쉽게 다룰 수 있게 도왔다.
LG CNS는 코딩 지니어스 수업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상대로 여름방학 캠프와 심화교육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능기부 강사로 참여한 LG CNS 가맹자고객팀 박명기 과장은 “처음 코딩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앱 기획하고 로봇 움직이고… 중학생들 눈빛이 반짝인다
입력 2017-06-12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