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130가구가 영·유아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해 이웃 국가인 오스트리아로 망명을 계획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영·유아를 대상으로 학교 입학 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하는 백신의 수를 4가지에서 12가지로 늘렸다. 홍역과 뇌수막염, B형간염 등 전염병이 대상이다. 부모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현행 벌금의 30배 수준인 450∼7500유로(약 56만∼942만원)를 부과하고 친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
백신 반대 운동가인 라인홀트 홀저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이사회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홀저는 “아이들이 오염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망명은 전쟁을 피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처럼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크게 떨어지는 이탈리아의 예방접종률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WHO는 백신접종률 95%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2세 유아의 백신접종률은 2013년 88%, 2014년 86%, 2015년 85.3%로 지속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홍역이 크게 유행하면서 백신 접종과 관련된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제1야당 오성운동이 정부 조치를 비판하자 정부는 접종률 하락의 책임을 야당에 씌워 논쟁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의료 망명?… 伊서도 자녀 백신 거부 논란
입력 2017-06-1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