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부터 부동산 과열 지역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LTV·DTI 규제 강화 등 금융규제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자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규제가 가시화되기 전에 분양을 마무리하려는 건설사가 몰리면서 6월 한 달간 4만 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장점검은 시장동향 파악과 부정행위 단속 등 2가지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청약 과열 단지의 경우 분양 계약일에 직접 국토부 소속 공무원이 견본주택을 방문해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나 불법 광고를 단속하게 된다. 또 강남4구의 공인중개업소를 돌며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와 분양권에 붙은 호가(프리미엄) 등을 직접 살피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손님으로 가장한 단속과 일반 시찰을 병행할 방침”이라며 “부동산 과열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조치에 나서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은 관망세에 접어들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주말에 호가가 1000만원가량 하락했고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500만∼1000만원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우려에 현장점검 등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물이 뚝 끊긴 상황”이라며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 4월 전용 76.5㎡가 14억원에 거래되는 등 인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규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물량을 털기 위해 분양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3만8217가구로 6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6월(3만4194가구)보다도 11.7% 높은 수준이다.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는 봄과 가을 이사철이지만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해 6∼7월 여름철에 물량이 몰린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노무현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정부는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분양권 자율화도 폐지했다. 12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권했던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58%나 올랐다.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확대와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신규 아파트 공급 위축 등이 원인이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활황이었지만 규제와 정책 효과의 시차 탓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단기적인 부동산 안정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부산 등을 제외한 곳은 미분양이 나오는 등 부동산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맞춤형 규제안이 절실하다”며 “한 정부가 규제하면 두 정부에 걸쳐 풀어야 하기 때문에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부동산시장 열기를 당장 식히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심해질 경우 반사적으로 투자 성향이 강한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장기 플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현장점검’에 바짝 긴장한 부동산시장, 매물 거두고 ‘눈치 보기’
입력 2017-06-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