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발(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임금 수준 등 소비 여력은 늘지 않은 채 필수재인 식품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뭄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재확산되면서 물가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높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올라 지난 1월(8.5%)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작년보다 11.6% 올라 2014년 6월(12.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67.9% 급등했던 계란 가격은 한 달 사이 7.6% 더 올랐다.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닭고기는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AI가 퍼지면서 추가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뭄에 따른 양파와 고랭지배추 등 노지채소 가격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양파 도매가격은 20㎏당 2만2800원으로 1년 전보다 50.3% 높아졌다. 가뭄으로 수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랭지배추 역시 가뭄에 폭염 피해가 더해지면서 생산량 급감이 우려된다. 대표적 여름 과일인 수박과 토마토 등도 각각 21.3%, 14.1%씩 올랐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도 라면, 아이스크림 등 서민 품목 가격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식품물가가 오르는 기회를 틈타 가격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예고하면서 소비자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 물가가 오르면 체감이 높아서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뭄과 AI로 인한 신선식품 수급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다만 치킨 가격 등은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직접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4월(1.9%)보다 높아졌다. 3월 2.2%까지 높아졌던 물가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다가 다시 2%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0∼1% 안팎으로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우려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추세다. 물가 상승은 부동산 시장, 증시 오름세 등과 함께 전반적인 경기 개선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상승한 108.0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소를 보면 시장 심리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공업제품이나 전기·수도·가스, 집세, 서비스 등 대부분 품목지수가 1∼2%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농·축·수산물만 6.2%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서민 부담과 직결되는 먹거리만 크게 오른 셈이다.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식품 물가가 오르면 체감 물가는 더 높아진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AI·가뭄 덮친 밥상물가 高高… 축산물 12% 치솟아
입력 2017-06-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