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따라 직업 선택” 성도 4명 중 1명뿐

입력 2017-06-12 00:00
직업을 가진 한국교회 성도 4명 중 1명만 소명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는 연봉이나 적성, 이동거리 등 현실적인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교회가 직업소명 교육과 의식개선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독학생회(IVF)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미디어카페 후에서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을 주제로 제 7차 교회탐구포럼을 열고 평신도들의 소명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0일∼27일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응답자 중 23.3%만 직업 선택의 기준이 ‘소명’이었다고 답했다. 69.1%는 연봉이나 적성, 통근거리 등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현재 종사하는 일이 소명에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67.0%, ‘그렇지 않다’가 31.3%였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소명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지만 일을 하면서 소명을 확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이 소명에 맞다고 답한 438명을 대상으로 직업에 대한 소명을 확인한 시기가 언제인지 묻자 69.6%가 ‘일을 시작하면서’ ‘일정기간이 흘러서’라고 답해 직장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소명을 깨달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51.3%는 소명을 확인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나 자신의 기도와 상황을 통해 응답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직장에서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57.3%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28.2%는 ‘일과 신앙을 분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고 ‘신앙 수준의 부족’(21.1%) ‘업종이 성경적이지 않아서’(19.4%) ‘해봤는데 잘 안 돼서’(12.4%) 등이 뒤를 이었다.

신앙인들의 직업소명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교회가 체계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응답자 중 58.8%는 직업 소명에 대해 교육을 받은 일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있다고 답한 32.6% 중 85.5%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76.2%는 교육을 통해 어떤 직업이든 소명감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응답자 가운데 40%에 가까운 이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직업 현장에서 실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을 보면 이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한 직업소명 교육이 확대되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평신도 신학을 주제로 강의한 송인규 교수도 “우리 각자는 하나님이 맡기신 크고 작은 일을 감당하기 위해 이 땅에 보내졌는데 ‘맡긴 일’이라는 게 바로 소명”이라며 “하나님이 내게 맡긴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이 중요한 만큼 교회는 청년들이 직업적 소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응답자 중 60.8%가 목회자와 평신도는 직분에 따른 역할 차이만 있을 뿐 신분상 차이는 없다고 답했다. 목회자가 영적인 지도자인 만큼 신분상에도 차이가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35.3%였다.

평신도가 교회에서 찬양인도를 하거나 선교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63.9%와 69.0%가 ‘문제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평신도가 안수기도 설교 성찬집례 축도를 하는 것에 대해선 각각 56.7%, 60.8%, 69.3%, 64.9%가 ‘목회자가 아니라 꺼려진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글=장창일 구자창 기자 jangci@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