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문재인정부의 정권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에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국정기획자문위 박광온 대변인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고 발표하자, 기재부가 “협의된 바 전혀 없다”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부담에서 해방됐지만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국고 지원하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인상하라” 등 정부를 더 옥죄고 나섰다. 누리과정 예산은 문재인정부가 펼쳐놓은 교육 공약의 일부에 불과하다.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예산 전쟁이 개막했다.
폭증하는 교육 예산
11일 국정기획자문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실현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파악해 보고했다. 조 단위로 들어가는 정책이 수두룩하다(표 참조). 올해 누리과정 예산은 국고에서 8600억원을 지원했다. 내년부터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누리과정 지원액도 인상키로 했다. 내년 2조2692억원, 2019년 2조3636억원, 2020년 2조4487억원으로 국고 부담이 3배가량 늘어난다. 공립유치원 확대나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유치원·어린이집 질 균등화(유보 통합)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다 접은 고교무상교육도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내년 전면 시행할 경우 내년에만 2조3947억원이 필요하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매년 소폭 줄어들긴 하지만 2022년까지 무려 8조7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한 수업에 교사 두 명을 붙여 1대 1 맞춤형 수업을 한다는 ‘1수업 2교사제’ 공약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매년 1조7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초등돌봄교실 확대, 온종일 마을학교 공약에도 2021년 이후에는 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고등교육에 많은 공약을 내놨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중소규모 국립대를 육성하는 ‘국립대 네트워크’, 사립대 교원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공영형 사립대 구상 등을 내놨다. 내년 1조7017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3조7621억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반값등록금 정책에는 올해 3조7870억원이 투입됐다. 문 대통령은 국고 지원을 늘려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내년 반값등록금 정책에 투입되는 국고부담은 4조8269억원, 2022년에는 5조9222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돈 어디서 나올까
관건은 예산을 어디서 충당할지다.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정부가 집행하는 교육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시·도교육감이 관장하는 지방교육재정으로 떠넘기는 방안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녹록지 않다.
정부가 집행하는 교육 예산을 늘리는 건 예산 당국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예산 당국은 인구절벽 때문에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에 반감이 강하다. 특히 노령 인구가 늘어 복지 예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북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 국방 예산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교육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국세의 20.27%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안에서 누리과정이든 고교무상교육이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도교육감이나 대학 등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공교육 투자에 인색하다는 논리를 들어 교육 재정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이나 고교무상교육 등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떠넘기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내국세의 25%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지난 9일 국정기획자문위 간담회 당시 기자들과 만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정부처럼 교부율을 높이지 않고 대통령 공약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떠넘긴다면 누리과정 예산 파동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예산 당국은 “예산 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주장”이라며 펄쩍 뛴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文 교육공약 兆…兆…兆… 손내민 교육부 VS 손사래 기재부
입력 2017-06-1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