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비타민C 투여했더니… 항암제 효과의 100배

입력 2017-06-12 05:00

암세포에 기존의 항암제 대신 흔히 구할 수 있는 항생제와 비타민C를 함께 투입했더니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100배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실험실 연구단계이지만 임상에서도 효과가 비슷할 경우 암 치료에 새 전기가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특히 항생제나 비타민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가격도 훨씬 싸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9일(현지시간) 국제 의학전문지 ‘온코타깃’ 최신호에 실린 영국 샐퍼드대학 마이클 리산티 교수팀의 최근 암세포 제거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이 팀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암세포에 3개월간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을 투입했다. 독시사이클린은 여드름 치료 등에 쓰이는 흔한 항생제다. 3개월간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렸고, 그 뒤에 비타민C를 추가 투입했다. 비타민C는 암세포가 체내에서 흡수하는 여러 영양소 가운데 포도당 한 가지만을 흡수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 다음 영양소 중 포도당을 들어냈더니 포도당만 먹는 데 익숙해져 있던 암세포가 굶어 죽었다.

리산티 교수팀은 지난 3월에도 비타민C를 효율적으로 투입할 경우 항암제보다 암세포 제거에 최대 10배까지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리산티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비타민C와 항생제의 결합제(compound)가 암세포 제거에 탁월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건강 관련 매체 케어2는 이 연구결과를 전하며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싸지 않은 ‘소박한 비타민’이 암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신나는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암 치료와 관련해선 최근 일본에서도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에 따르면 도쿄 오모리적십자병원이 최근 도쿄와 가나가와현의 대형 병원 5곳에서 근무하는 의사 53명, 약사 29명을 조사한 결과 25.6%인 21명이 ‘항암 치료를 받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만약 당신이 위암 환자라면 항암 치료를 받겠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항암치료에 소극적인 까닭에 대해선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시간 낭비여서’, ‘수명 연장을 바라지 않기 때문’ 등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전체 응답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현재 자신의 환자에게 항암제를 권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그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 ‘그게 내 업무니까’라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요미우리는 “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의료 종사자들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를 수행한 오모리적십자병원의 사사키 마코토 외과부장은 “항암제는 효과나 부작용에 개인차가 크다”면서 “환자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