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겐 갈등이 필요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평화다방에서 ‘새로운 사회와 국민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선 눈길 끄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년들에게 있어서 ‘통합’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조에서 주체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갈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만 독점하고 있는 교회 내 갈등 구조와 더불어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면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손승호(37)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간사는 “인류사회는 갈등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갈등이 위험하다는 사고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 사회 구조의 주체로 편입되는 방편은 갈등이며 한국 청년들에게는 제대로 된 세대 갈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장운영(34) 청년연대은행 토닥 간사는 “갈등이 이슈화되는 현상은 소외된 이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하지만 교회 안의 발언권과 이로 인한 갈등은 오로지 장년 남성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회 조직문화 개선 방안으로 당회 및 총회 내 청년 자리 보장, 장로제도 재검토, 사역자들 간의 불평등 처우 개선 등을 제시했다.
박원홍(서울 서문교회) 목사는 “(청년 세대들을 위해) 갈등이 치열해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김상덕(29) 씨도 “그동안 교회에서 갈등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는데 나약하더라도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교회와 크리스천의 역할에 대한 제언도 잇따랐다. 손 간사는 청년들을 위한 교회 내 대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도덕적 차원의 가르침보다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간사는 “변화의 불씨를 만들어내려면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자”고 전했다.
정병오 기윤실 공동대표는 “사회 내 갈등보다 교회 내 갈등을 다뤄보자는 취지로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향후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얘기를 청취하는 자리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교회내 갈등, 청년들 역할 필요하다”
입력 2017-06-12 00:03 수정 2017-06-12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