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민주주의’ 위해… 文정부 승패 가를 ‘사회적 대타협 기구’ 뜬다

입력 2017-06-12 05:0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설립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권 초기부터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놓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사용자 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노동자와 사용자 간 갈등 조율 여부가 문재인정부 성패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는 공공부문부터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 재정립을 위한 타협 모델을 만들어 이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복지 영역도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과 하청 근로자, 청년과 여성 등 각 분야의 노동자 대표 및 대기업·중소기업·제조업·서비스업 등 경영계 대표를 직접 만나 대화하겠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일자리 논의가 주된 의제가 되겠지만 일자리뿐 아니라 양극화 해소와 근로복지 향상 등 복지 분야를 놓고 각 경제주체 및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의 사회적 대화 채널은 당분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위는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단체, 각 시민단체 등이 이미 위원회에 참여 중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18년 만에 정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 복귀했다. 일자리위는 근로시간 단축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 문 대통령 공약 실행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보수정권에서 파행을 거듭했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복지 이슈까지 총괄하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로 확대 개편하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과거 노사정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1월 출범한 노사정위는 노동자·사용자·정부 간 협의기구다. 민주노총은 1999년 ‘정부의 들러리에 불과한 노사정위 주도 논의를 거부한다’며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지난해 1월 박근혜정부의 노동 개혁 강행에 항의하며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이 불참하면서 한때 노사정위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각 경제주체 간 양보가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조건이지만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8일 국정기획위와의 면담에서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 추진이) 너무 이르다”는 이견을 내비쳤다. 같은 날 중소기업계도 국정기획위 측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쳐 갈등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망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텐데 (기업 측은) 무작정 ‘안된다’ ‘어렵다’고만 한다”며 “사용자도 노동자도 한걸음씩 양보하지 않는 한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자리위 관계자는 “이제 논의가 시작 단계이고, 일자리위에는 거의 전 분야 단체가 다 들어와 있어 차분히 논의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낙관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