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에 모집한 노숙인을 동원한 다음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을 받도록 해 국고보조금 13억여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김모(48)씨 등 18명을 구속하고 윤모(72)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2012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노숙인 명의를 이용해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악용한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은 국토교통부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무주택 근로자에게 담보 없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제도다. 이렇게 이들이 가로챈 돈은 총 13억400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 천안역 주변에서 “숙식을 제공할 테니 대출하는 것을 도와 달라”며 노숙인을 모집한 뒤 이들 명의로 유령법인 10여개를 만들어 한 곳당 4∼5명씩의 노숙인을 근로자로 등록했다.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합숙하며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전세계약서 등 서류를 위조하고 사기 대출 방법을 주입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대출에 성공한 노숙인에게는 200만∼300만원씩 지급했다.
경찰은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이 은행 자체 자금이 아니다 보니 대출 심사에 허술한 면이 있었다. 은행에서 실제 사업장에 재직하는지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거짓말이 들통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노숙인 명의로 만든 유령법인으로 중고차를 매입해 대포차로 만든 뒤 1300여대를 되팔아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과 관련된 유령법인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노숙인 꾀어 대출… 13억 가로채
입력 2017-06-11 18:38 수정 2017-06-11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