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움직이는 교실’ 가보니… 스탠딩 수업에 짐볼 앉아 공부도

입력 2017-06-12 05:02
지난 8일 오전 국내 첫 ‘움직이는 교실’로 운영되는 서울 강동구 고덕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의 모습이다. 1·2분단 학생들은 의자에 앉아있지만 3분단 학생들은 스탠딩 책상에 선 채로, 혹은 책상 아래 짐볼에 다리를 기댄 채로 수업을 듣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누가 말해 볼까요?”

지난 8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 고덕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 정진남(49·여) 담임교사가 질문하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선생님이 3분단에 서 있던 한 남학생을 지목했고 이 학생은 “짱구요”라고 대답한 뒤에도 계속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분단 학생들은 여느 교실에서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3분단 학생들은 모두 서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런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 것은 이 학교가 서울 강동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움직이는 교실, 건강학교’(이하 움직이는 교실) 시범학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움직이는 교실은 강동구가 핀란드의 작은 도시 세이나요키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발한 아동비만 예방 모델이다.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늘려 건강을 증진하고 비만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시범학교로 선정된 지역 초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은 하루 1교시 이상씩은 교대로 일반 책상보다 한 뼘은 높은 ‘스탠딩 책상’으로 이동해 서 있거나 짐볼에 앉아 수업을 받는다. 이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의 신체활동은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학교는 서서 수업하는 것 외에도 쉬는 시간에는 뛰어놀게 하고, 하루를 체조로 시작하는 등 아이들이 최소 하루 2∼3시간 이상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동적인 수업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아이들의 활동성을 높여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업 시행이 쉽지는 않았다. 수업 태도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에는 학교들이 참여를 꺼렸다. 강동구는 스탠딩 책상을 교실에서 일부만 운용하고 대신 체육관에 짐볼을 배치하는 등으로 의견을 조율한 끝에 강동초, 고덕초, 묘곡초 등 3개 학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우려와 달리 이날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력은 높아 보였다. 맨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은 엉덩이로 짐볼을 좌우로 번갈아 누르면서도 선생님 말에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친구와 떠들던 김민준(9)군은 ‘좋아하는 과자를 교과서에 적어보라’는 선생님 말에 곧바로 수업에 빠져들었다.

김장수 고덕초 교장은 “걱정이 돼 사전에 학부모들의 동의와 협조를 구했는데 실제 진행해 보니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 염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시범 사업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대상 학년을 늘리고 참여 학교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교내에 놀이구역을 만들고 비만예방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글·사진=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