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사드 다루기’에 대한 중국 반응은 우려했던 대로다. 문재인정부가 사드 배치를 장기간 연기시킨데 대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의 반발이 노골화된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9일자 온라인 판을 통해 “문 대통령은 잔꾀를 쓰지 말라”며 “사드를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피해는 한국과 한국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다”고 겁박했다.
현 상황은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 대통령은 보고 누락을 문제 삼더니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무·국방장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국무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공개적으로 동맹 차원의 약속을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수습해야만 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이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사드 배치가 한·미 관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경우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출범 한 달 남짓한 문재인정부가 미·중 사이에 낀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정부가 사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없는 안보 사안을 갖고 미국에는 동맹 균열에 대한 불안감을, 중국엔 헛된 기대를 심어줬다.
이런 가운데 아베 일본 총리의 특사로 한국에 온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10일 “한·일 양국을 멀리 떨어지게 하려는 간계를 꾸미는 일당을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한에 앞서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는 한국 내 위안부 재협상 요구에 대해 “바보 같은 소리”라고 했다. 그의 막말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이라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안위와 국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섣부른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동맹으로부터 의심받고 주변국에는 휘둘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사설] “잔꾀”라는 중국, “간계”라는 일본
입력 2017-06-11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