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최전성기를 이끈 로저 워터스(74·사진)가 최근 새 음반을 발표했다. 2005년 내놓은 오페라 음반을 제외하면 록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는 1992년 발매된 ‘어뮤즈드 두 데스(AMUSED TO DEATH)’ 이후 25년 만에 발표한 신보다.
앨범 제목은 사회성 짙은 전작들을 아는 팬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구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인가?(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 음반엔 총 12곡이 담겼는데,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미려한 멜로디 위에 다양한 감흥을 자아내는 사운드가 포개지고, 여기에 워터스의 날카롭고 묵직한 음색이 더해지는 구성을 띠고 있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수록곡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작정한 듯 온갖 비난을 쏟아낸다. 음반명과 동명의 노래에서는 트럼프 를 ‘멍청이(nincompoop)’라고 표현한다. 미국의 반(反) 이민정책에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음반엔 밴드 라디오헤드 트래비스 등과 작업한 유명 엔지니어 나이젤 고드리치도 참여했다.
과거 워터스가 몸담은 핑크 플로이드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문법을 만든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이들의 음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 ‘월(Wall)’ 등은 철학적인 노랫말과 독창적인 사운드로 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국내엔 영국 저널리스트 마크 블레이크가 핑크 플로이드의 역사를 정리한 책 ‘위시 유 워 히어(Wish You Were Here)’가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음악평론가 성우진은 추천사에 “이들의 음악을 아예 듣지 않았다면 몰라도, 그들의 진정한 팬이라면 한두 장만 들은 이가 없을 밴드 중의 밴드”라고 적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나는 그들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들과 더불어 ‘프로그레시브’의 시대를 살아왔다는 사실이야말로 나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악동 ‘핑크 플로이드’ 원년 멤버 로저 워터스 25년만에 새 록음반
입력 2017-06-11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