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경화 하라”… 野 ‘강경화 끌어내리기’ 완강

입력 2017-06-10 05:02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위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이 9일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절반가량 비어 있다. 김 후보자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특위 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윤성호 기자
야당이 일제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일부 우호적인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강 후보자에 대해선 완강한 반대 일색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심사경과보고서 채택까지 불발되는 등 문재인정부 인사(人事)는 난항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국민의당은 9일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강 후보자는 한반도 정세를 터닝(전환)시킬 외교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외교부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강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고 역량이 준비된 인사를 조속히 발탁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날 부적격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했던 입장보다 한층 강경해졌다.

보수야당에 비해 유연한 입장이었던 국민의당이 ‘강경 반대’로 선회하면서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국민의당은 “제갈량이 읍참마속(泣斬馬謖)한 심정으로 ‘읍참경화’를 결단하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 카드를 버리지 않는 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등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강·김 후보자를 놓고 단순히 흥정하려는 게 아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끝내 강행한다면 우리는 야당의 힘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오전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 손을 들어주면 과반 찬성으로 경과보고서 채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상돈 국민의당 인사청문특위 간사는 “김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15개월짜리 헌재소장에 불과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은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1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자 관련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2일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경과보고서 채택에 찬성하더라도 임명동의안 가결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표결 때는 164명이 찬성했는데 당시 국민의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찬성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해선 당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당내 찬반 여론이 반으로 갈리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협치 의지를 보인다면 협조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마지막 카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특위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 내 임명동의안 심사를 마치지 않을 때 국회의장은 이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도 2015년 5월 정의화 국회의장의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을 통해 임명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국회 파행이 불가피하다. 정부·여당은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직권상정 요건인 ‘정당한 이유 없는 경과보고서 채택 지연’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