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안진) 전현직 임원들에게 무더기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고의로 진실을 감추는 행위에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분식회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 전 안진 이사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상무이사 임모씨와 회계사 강모씨에게 각각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상무이사 엄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안진법인에는 벌금 7500만원이 선고됐다.
배 전 이사 등은 고재호(62) 전 대우조선 사장 재임 시절인 2013·2014년 회계연도 감사에서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감사보고서에 허위로 적정 의견을 기재한 혐의 등을 받았다.
법원은 안진이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회계전문가로서 외부 감사인의 의무를 저버린 채 회계원칙에 어긋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처리를 눈감아줬다”며 “충분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만연하게 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면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 범행으로 인해 대우조선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한 다수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대우조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만 7조원에 달하는 등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결과가 매우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형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이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대우조선과 안진은 16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안진의 배상 능력을 우려한 소송 관계자들의 가압류 신청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높다.
회계업계의 지각변동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안진에 1년 업무정지와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하는 징계를 확정했다.
올해 신규계약이 예정됐던 기업 100여 곳과의 감사 업무도 중단됐다. 피해액은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카드 미래에셋대우 두산밥캣 등 안진이 회계감사를 맡아온 굵직한 기업들도 다른 회계법인으로 일을 옮겼다. 안진은 국내 회계업계 2위 자리는커녕 존속도 불투명하게 됐다.
안진은 선고 직후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며 “사법부 판단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나성원 기자 listen@kmib.co.kr
안진회계 ‘최대 위기’… 존속 불투명
입력 2017-06-09 18:40 수정 2017-06-09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