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 입고 법정에 선 김기춘

입력 2017-06-09 18:42 수정 2017-06-09 21:37
환자복 차림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마스크를 낀 채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놈(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른다”며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고령과 지병을 강조해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법정에서 심장 통증 등을 호소하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거의 잠든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9일 열린 재판에 하늘색 환자복을 입고 나온 김 전 실장은 “심장이 뛰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언제 어느 순간 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따로 치료를 받고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실장은 “한번 밖에서 검사를 했지만 그 뒤로는 (구치소 측에서) 데려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늘 양복 차림으로 출석했던 그는 “법정에 나올 때 사복으로 갈아입었는데 기력이 없어 바지를 입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오늘은 그냥 환자복 차림 그대로 나왔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재판 초기부터 “고령에다 심장 쪽 건강이 좋지 않다”며 편한 자세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김 전 실장은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가 확실한 분”이라며 “아주 명쾌하게 핵심을 잘 짚어내셔서 모시기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통화 녹취록에 대해서는 “최씨가 중구난방으로 얘기해 의미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김 전 실장 측이 신청해 법정에 나온 증인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