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상표권 조건부 허용키로… 금호산업 이사회서 결의

입력 2017-06-09 19:33
금호산업이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조건부 허용키로 했다. 연간 사용요율을 채권단 요구보다 2.5배 올리는 등의 조건이다. 남은 건 더블스타의 선택이다. 조건을 받아들이면 금호타이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절하면 매각은 무산된다.

금호산업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연간 매출액 대비 0.5% 사용요율, 사용기간 20년 보장,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의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를 산업은행에 공식 회신했다. 산은은 지난 5일 매출액 대비 0.2% 사용요율, 5+15년(추가 15년은 선택 사용)간 사용, 더블스타의 일방적 계약 해지 가능 등의 조건을 받아들여 달라고 금호산업에 요청했었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지분 50%를 갖고 있다. 연간 매출액의 0.2%인 약 60억원을 사용료로 받아왔다. 이를 0.5% 올리면 사용료는 연간 150억원으로 높아진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상표권 사용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제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산업 측은 상표권 문제와 관련해 최대한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회장님도 마음을 다 비우셨다는 것 같다. 산은의 제안을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정해서 회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일방적인 해지를 할 수 있는 조건 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수정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산은 측은 금호산업의 요구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요율을 2.5배 올린다는 건 사실상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삼성의 브랜드 수수료율이 0.5∼0.8% 수준이라는 걸 근거로 들었는데 삼성과 금호를 같이 놓고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블스타가 금호산업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제안을 더블스타에 그대로 넘길지 금호산업과 추가 협의를 할지 등을 주주협의회 회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