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15분가량 만찬회동을 했다. 꽉 막힌 인사청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당청 단합자리’였다. 돈독한 당청 관계를 통해 국회와의 협치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 때 야당 의원들의 공식수행단 참석 방안까지 제안하며 야권 끌어안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일자리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인사청문 정국을 푸는 방법은 최선의 정성”이라며 “국민에게 지지받는 인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각 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연계하고, 청문회와 추경안을 연계하고 있다. 연계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협치라는 게 형식적이어선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내용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찾아봐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 때 야당 의원들도 공식수행단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전병헌 정무수석과 당이 협의해 야당에 제안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의원들에게) 연락을 하면 오해할 수 있으니 당 차원에서 추천을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추 대표는 “당헌에 이런 회동의 정례화가 적혀 있다”며 “대통령은 당헌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 당헌 정신을 잘 살려 정례적으로 당청이 소통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협치에 있어서 당과 정례화하는 건 당장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자주 만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건배사 때 “자주 만납시다”라고 말했고, 추 대표도 “진심으로 다시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포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산적한 외교 현안을 거론하며 강 후보자 임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 강 후보자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로, 유엔에서 코피 아난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헤스 현 사무총장이 모두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메시지는 전 수석을 통해 야당 지도부에도 직접 전달됐다. 전 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차례로 면담하며 강 후보자 보고서 채택 협조를 부탁했다. 당청의 전방위 설득작업은 낙마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후속 인선과 주요 정책과제의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 입장은 강경하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일방통행식 국정에 들러리 서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국회 상임위원장과의 오찬에도 불참키로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가 강 후보자 임명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쌓기 정지작업을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文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때 野 의원 동행 제안
입력 2017-06-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