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홈런 공장’이다. 시즌이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팀 홈런이 100개를 넘어섰다. 2위 두산 베어스와 무려 40개 가까이 차이난다. 주전 대부분이 대포를 날리면서 최근 팬 사이에서는 “SK에게 안타는 쓰레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SK는 어떻게 ‘핵타선’을 갖췄을까.
우선 구단의 전략적인 선택이 주효했다. SK는 원래 홈런 군단이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 대부분 중위권 수준이었다. 2012년 딱 한 번 홈런 1위를 했지만 당시 홈런 개수는 108개로 2위 넥센 히어로즈(102개)와 차이가 별로 안 났다. 팀 내 타자 중에서도 거포는 최정, 박정권 이외는 없었다.
하지만 SK는 2015년부터 구장 특성에 맞게 홈런 타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SK의 홈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좌우 길이가 95m로 10개 구장 중 가장 작다. 이에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서 거포형 타자를 수집했다. 2015년 7월 정의윤을 LG 트윈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그해 12월에는 자유계약선수(FA)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LG 최승준을 데려왔다. 지난해에는 신인드래프트 2차에서 김동엽을 뽑았다.
이런 구단의 철학은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 4월에 KIA 타이거즈로부터 이홍구를 영입했다. SK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홍구는 포수자원 확보보다는 거포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판단해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이홍구는 두 달 만에 홈런을 9개나 치면서 팀의 요구에 부응했다. 외국인 타자 데니 워스를 제이미 로맥으로 교체한 것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매 시즌 20홈런 이상씩을 때린 장타능력을 우선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영입 전략을 현실화한 것은 힐만 감독의 지도력에 힘입은 바 컸다. 지난해 말 부임한 힐만 감독은 SK 타선의 파워를 간파하고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팀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바로 타자들의 멘탈 훈련인 ‘투스트라이크 플랜’이다. 투스트라이크 플랜이란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자신의 존을 가지고 헛스윙을 하더라도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걱정해 커트에만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스윙을 계속 가져가라는 주문이었다. 힐만 감독은 지난 2월 해외 전지훈련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를 주지시켰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에게 귀가 아프도록 ‘땅볼 치지마라’ “공을 띄워서 죽어라”고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또 힐만 감독은 거포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줄기차게 기회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9일 현재 최정과 함께 홈런 공동1위(18개)를 기록 중인 한동민이다. 한동민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SK에 입단했을 정도로 그저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올해부터 1군에서 꾸준히 중용되면서 기량이 만개했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힐만 감독이 미완의 한동민과 김동엽 등 힘 있는 젊은 선수들을 뚝심있게 출전시키면서 지금의 핵타선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타격감이 좋아도 쉬어야 할 타이밍이면 여지없이 선수를 뺀다. 실제 최정과 한동민 김동엽은 특별한 부상이 없었음에도 홈런 경쟁자들인 최형우(KIA)나 재비어 스크럭스(NC)에 비해 30타석 가량 출전횟수가 적다. 거포들이 최적의 컨디션 속에서 경기를 치르니 쉼없는 홈런 가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SK에서 현역생활을 했던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감독이 부상관리나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잘 해주고 있어 역대 팀 홈런 신기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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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힐만 매직’이 만든 SK ‘홈런 공장’
입력 2017-06-10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