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 보류에 한·미동맹 언급한 미국

입력 2017-06-09 18:56
사드 환경영향평가 방침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심상찮다. 국내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와 의회 핵심 인사들의 경고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특사 파견을 비롯한 전방위적 노력으로 힘들게 쌓은 신뢰가 손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사드 한반도 배치는 최고위급 차원의 대화에서 이뤄진 동맹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게리 로스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가 철회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믿는다”고 했다.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될 만한 발언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한국 정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사드 배치 보류는 베이징의 외교적 승리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스 등 의회와 언론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드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사대 2기는 운용하면서 나머지 4기를 보류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확보한 뒤 미국과 중국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해법을 찾겠다는 생각이 결국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을 직접 언급하는 미국과 시간 늦추기만으로는 어림없다는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

청와대는 국방부 업무보고 이후 불거진 불필요한 논란을 재검토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속내를 모두 읽고 있는데 애매한 태도로 시간만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을 변경할 의도는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불안감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국가안보는 이것을 주고 저것을 받는 거래로 확보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는 북한이다. 여유를 부릴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