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밝힌 불, 가난한 영성 살리는 빛 되기를…

입력 2017-06-12 00:03
지난달 29일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 사옥에서 만난 최상민 ESD사장. 그의 기도 제목은 중남미에 기독교정신을 전파할 100개 학교와 교회 설립이다.

“아이티가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입니다. 아이티 직업학교는 그 희망을 키우는 소중한 터전입니다. 직업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을 사회에 진출시켜야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일에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의 ESD사옥에서 만난 최상민(41) 아이티 직업학교 이사장은 교육과 선교에 헌신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직업학교 건축을 위해 5억원을 기부하고 개교 이후에도 운영에 필요한 1억원을 기부했다. 최 이사장은 발전소 건설과 운영, 전력 판매를 하는 ESD 사장으로 인접국인 아이티 전력의 35%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1993년 부모를 따라 도미니카공화국에 이민 온 후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돕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녔으나 중도 포기했다. 동양인으로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도미니카공화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통역으로 일하며 무역을 배웠고 현대중공업 발전기 수주를 도운 것을 계기로 발전 사업에 눈을 떴다.

그는 독학으로 정비 기술을 배웠고 직접 발전설비 수리를 하면서 현지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2005년 회사를 설립해 아이티 발전소 운영과 함께 전력을 판매하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도미니카공화국 안에서도 주목받는 건실한 업체가 됐다. 사옥 5층에는 도미니카한인교회도 열었다.

사업이 커질수록 고난도 뒤따랐다. 발전기를 싣고 오던 배가 침몰해 큰 손해를 입었으며 다른 업체에 발전소를 넘겨줄 뻔한 상황도 있었다. 그때마다 교회를 찾아 기도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평소 시편 23편을 즐겨 암송합니다.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상하면서 삶의 목적과 가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학교와 교회를 지으라는 비전을 얻게 됐습니다.”

그는 2007년부터 중남미에 100개 학교와 교회 건립을 목표로 힘닿는 대로 이를 실천했다. 현재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에만 7개 학교와 교회를 세웠다.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지만 지도에 위치까지 정해 놓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반드시 기독교 정신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기독 정신으로 성장해야 이 사회가 정의롭게 바뀝니다.”

그는 이번달 중요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기도중이다. 이는 기독 정신을 전파할 학교와 교회 설립을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 꿈은 두 가지이다. 아이티에 대학교를 설립하고, ESD를 도미니카공화국 10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고국 청년들이 취업난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취업 준비에 시간 낭비 말고 자신이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일단 뛰어 들어 가세요. 국내든, 해외든 현장서 몸으로 부딪쳐 배우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설령 실패 하더라도 경험이 곧 경쟁력이 됩니다.”

산토도밍고(도미니카공화국)=글·사진 황병설 기자 bshw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