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청구가 인사 이유인 듯, 인사권자 결정 존중하지만 아쉬워” ‘사의’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입력 2017-06-08 21:17
정점식(52·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공안부장(검사장)은 8일 사의를 표명한 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이번 인사의 이유로 이해한다”고 국민일보에 말했다. 전국 대공·노동·선거 관련 사건 수사를 총지휘하던 그는 이날 오전 무보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무부가 인사와 함께 밝힌 배경은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주장 제기가 시간이 흐른 뒤에 부적정한 사건 처리로 지목된 것인지 그는 황망한 기색이었다. “인사 이유가 그렇다면 통진당 해산 청구가 부적정하다는 격인데 앞뒤가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검사장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했다. 앞서 정 검사장은 2014년 통진당 해산을 주장하던 법무부의 위헌정당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일했다. 그해 12월 헌재는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현재 헌재소장으로 지명돼 있다.

정 검사장은 이날 오후 “나가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사의를 표했는데, 사의 표명을 전후해 많은 검사 후배들의 만류를 받았다. “나가더라도 그 이유를 알고 나가야 한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공언하고 나가시라”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정 검사장은 “책임을 물으면 담담하게 떠나는 것이 공무원의 숙명”이라며 “인사권자의 결정에 불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많은 인사 대상자 가운데서도 정 검사장에 대한 ‘사건처리 부적정’ 평가가 유독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컸다. 어떤 사건을 어떻게 부적정하게 처리했다는 것인지 당사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정 검사장이 지난해 총선 등에서 정치인들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총지휘했다는 점도 좌천의 이유로 흘러나왔다. 다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정부임을 고려하면 그렇게 노골적이겠느냐는 해석이 더욱 컸다.

정 검사장은 “인사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사표를 내지 않으면 내 마음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며 “개인 행복을 위해 나가야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인사를 존중하지만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그의 공직을 마무리할 이임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검사장은 “검찰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만 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