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재계 “소통하며 문제 풀자” 첫 대면

입력 2017-06-08 19:55 수정 2017-06-08 21:18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앞서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태규 한정애 국정기획위원, 김 위원장, 박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문주 국정기획위원. 이병주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재계와 마주 앉았다. 재계 인사들은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입장차도 여전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일 대한상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들과 만나 “큰 그림으로 보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자리 정책 등이 경영계와의 교감 없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은 이어 “협의를 해가면서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원장은 “국정 전반의 큰 원칙도 단계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박 회장 발언이 구체적인 정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단체가 이런저런 의견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미”라며 정책에 대한 우려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정기획위와 중소기업중앙회의 간담회에서도 경영계의 우려가 나왔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정책이 추진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 복지 정책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가져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의 접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복지, 노동에 대해 원론적인 것에서 많이 합의했고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도 “충분히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상호 이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재계와 경영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나 경총은 정부와의 만남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수행할 경제사절단도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전경련과 경총이 배제되는 분위기다. 반면 민간단체인 전경련과 경총을 배제한 채 정부가 재계와의 대화를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김현길 오주환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