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청문 정국… 여야 ‘협치 방정식’ 시험대에

입력 2017-06-09 05:04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문재인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 정국이 여야의 협치 방정식 시험대가 됐다. 보수야당이 정부 인사(人事) 반대에 공동전선을 편 상황에서,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여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처럼 국민의당 협력으로 꼬인 정국을 풀어가기 어려워졌다. 앞으로 ‘일자리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놓고도 복잡한 협치 방정식이 펼쳐지며 예측불허 정국이 지속될 전망이다.

강 후보자는 야3당 반대로 청문회 문턱을 넘기 어렵게 됐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8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 등 22명으로 구성됐다. 과반이 찬성해야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는데 야3당 모두 그럴 뜻이 없다. 채택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임명 강행 여부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표면적으론 위장전입과 거짓해명, 증여세 탈루 의혹, 거제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강 후보자 임명 반대 이유로 꼽는다. 또 사드(THAAD) 배치, 북한 핵·미사일 위협,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후보자는 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외교 전략과 소신, 철학을 전혀 밝히지 못했다”며 “아무리 유리천장을 깬 여성이라도 부도덕성과 부적격성을 가진 분이 새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외무고시 출신에 주요 경력이 국제기구 활동에 그치는 점을 마뜩잖게 여기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내부 알력이 큰 외교부에서 강 후보자가 강단 있게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 일부 우호적인 시선도 있지만 큰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다른 후보자들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 부인이 토익 점수 조작으로 불법 취업했다며 부인과 해당 학교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역시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9일 국민의당과 손잡고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채택 조건으로 걸었던 김 후보자 부인 채용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 중 감사원 감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국당과 시민단체가 이미 김 후보자 부인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을 한 만큼 우리 요구가 사실상 모두 수용된 셈”이라며 “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또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찬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이수 후보자 인준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야3당 모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는 인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다. 인준 표결을 거치지 않는 강경화 김상조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묵살될 경우 문재인정부의 협치는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