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사형선고 ‘5·18 버스기사’에 37년 만에 정식 사과

입력 2017-06-08 18:13 수정 2017-06-09 01:39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오른쪽)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자신이 사형선고를 했던 시민군 버스기사 배용주씨 손을 잡고 사과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군 법무관 복무 시절 유죄를 선고한 5·18 시민군 버스기사 배용주씨를 만나 37년 만에 정식으로 사과했다. 1979년 군 법무관으로 입대한 김 후보자는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시민군이 탄 버스를 몰다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운전기사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군사재판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배씨에게 먼저 다가가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사죄의 뜻을 전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도 “판결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문위원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배씨에게 “(청문회에) 나가지 말라는 압박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배씨는 “청문회 참석을 막으려는 회유나 협박은 없었다”며 “옛날 생각이 나서 심적으로 괴롭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를 알게 된 시점도 최근이라고 했다. 특히 김 후보자에 대해 “세월이 많이 흘렀고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 쪽으로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청문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 등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과 참고인들로 지명된 헌법연구관들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제대로 청문회가 진행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인사청문특위가 헌법연구관의 출석을 재촉구해 헌법재판소 박대규 헌법연구관이 뒤늦게 청문회에 합류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낸 배경에 대해 “이석기 일당이 당을 주도하는 것까지 미치지 못했다”며 “(이석기 일당이) 당의 기본 노선과 다른 말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당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이 주적이냐’는 백승주 의원 질문에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백 의원이 ‘북한은 중심된 적이 아니냐’고 되묻자 “중심된 적이 맞다.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이라고 말한 뒤 “그냥 주적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