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형표·홍완선 유죄… 국민연금 독립성 훼손 말아야

입력 2017-06-08 18:3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8일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와 배임 혐의로 기소된 국민연금공단 문형표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핵심인 뇌물죄 성립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사법적 판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향후 박근혜 이재용과 관련한 뇌물죄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형식논리상 이번 선고는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판결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관계를 입증하는 핵심적 연결 사안이다. 특검 역시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이 부회장, 최순실씨 간의 뇌물수수 사건 핵심은 바로 삼성 합병 건”이라고 명시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문 전 이사장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연금의 독립성 및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청탁과 외압이 있었다는 특검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합병 청탁을 들어주고, 이 부회장은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 일가에 433억원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예단에 불과하지만 이 판단을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도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아직 유·무죄를 최종 판단하기는 이르다. 외압 여부와 정책적 판단에 대한 법률적 논쟁이 여전하고 일부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 확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 전 이사장 측도 판결 내용을 면밀히 따져본 뒤 항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위가 어찌됐던 국민들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불행한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