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양상… 정부 ‘투기과열지구 지정’ 칼 빼나

입력 2017-06-09 05:01

지난달 넷째 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3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라는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음 주중 부동산시장 과열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 발언을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관심은 어떤 규제 카드를 내놓느냐에 모아진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예상됐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없었다. 대신 투기과열 지역을 선정하는 13개 조건 중 3가지 조건만으로 서울 강남 4구 등 일부 지역을 청약 제한 조정지역으로 선정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10여개 고강도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돼 당장 투기수요는 잡을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11·3대책 당시에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이 심해지면 투기과열지구를 포함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 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기준으로 정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도 양도할 수 없다. 6억원 이상 주택의 DTI·LTV는 40%까지 낮아진다. 2012년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추가 지정은 없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은 고강도 대책 없이는 현재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1·3대책 때 조정지역으로 선정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최근 또다시 집값이 급등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실거래가는 3.3㎡당 최고 5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은 일단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기과열지구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청약 1순위 조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규제 이후 부동산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 때문”이라며 “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박세환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