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항변 “독립성 강화한다더니 전 정권과 뭐가 다른가”

입력 2017-06-09 05:00



검찰은 8일 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청와대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많은 검사들은 국민적 신뢰 회복의 대전제에는 공감했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과연 정부가 선언한 ‘검찰 인사 중립성’이 지켜진 사례냐는 항변의 목소리도 컸다. 이날 인사이동을 명령받은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할 때 주변에서는 “인사이동 이유라도 알고 사표를 내는 것이냐”며 만류했다고 한다.

다수 검사는 정부가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이라고 인사 대상자들을 지목한 점을 지적했다. 사건 처리에 대한 문제제기만으로 좌천성 전보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그에 앞서 문제가 제기된 중요 사건이란 무엇인지, 부적정 처리 평가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이 설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인사 대상자들에게 ‘부적정 처리’ 판단 이유를 설명하거나 ‘부적정 처리’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 사실도 없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검찰 스스로 짐작하는 ‘부적정 처리’ 사건들은 대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인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면 과연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냐는 항변도 나왔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가 눈치보기 식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검찰 간부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 검찰 인사를 계속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년과 다른 절차를 거쳐 속전속결로 인사가 발표된 점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일 때 이뤄진 이번 고위 간부 인사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에 두는 검찰인사위원회는 검사의 임용·전보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해 왔다. 법무부와 대검 수장이 자리를 잡은 뒤 정기 인사를 활용해 인적 쇄신을 했다면 이날처럼 ‘망신주기’ 식보다는 모양새가 나아 보였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