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한달] 거침없는 통합행보, 걱정되는 외교안보

입력 2017-06-0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11일 청와대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김소형씨를 안아주고 있다. 광주=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간 보혁 갈등과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발신한 통합 메시지에 대해선 진영을 막론하고 호평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 예상보다 엄혹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당장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선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어진 연설에서 메시지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선 ‘광주정신’을 민주주의의 뿌리로 평가하면서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기억해 달라.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 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진보 진영의 심장인 광주에서부터 통합을 이뤄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어진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파독 광부 등 그동안 진보 진영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았던 산업화 시대의 주역들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했다. 좌우를 가리지 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호소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8일 “독립운동가의 태극기와 전장의 태극기가 연결되고, 파독 광부의 고단함이 청계천 노동자의 고단함으로 이어지는 통합의 시선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통합의 메시지가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5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은 미국, 중국을 상대로 한 위태로운 줄타기에 떠밀린 상황이다.

북한만 해도 버거운데 미·중 간 헤게모니 다툼,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 위기에 몰렸고, 정상회담을 조율하던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옷을 벗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임성남 외교부 1차관만으로 모든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국에 발빠르게 특사단을 보내며 관계를 다지려던 계획도 상당 부분 차질을 빚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분야가 굉장히 어렵다. 북핵 문제도 있고, 사드 이슈를 두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동안 흐트러지고 어긋났던 마디들을 하나씩 새롭게 맞추는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꼬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위기를 극복할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끼리 만나면 충분히 서로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