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만 하다 끝낼 건가….’
슈틸리케호가 여전히 불안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의 향방을 가를 카타르전을 앞두고 이라크와 평가전을 가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간다. 평가전임을 감안해 다양한 선수 조합과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수비전술을 꺼내들었지만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해결해야할 숙제로 떠올랐던 공격수 손흥민 사용법도 아직 찾지 못한 모양새다.
한국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의 에미레이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이 경기는 오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을 앞두고 경기력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무기력한 플레이로 카타르전에 대한 우려만 높였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이례적으로 스리백 전술을 시도했다.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기성용이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줄곧 포백 전술을 펼쳤던 한국은 바뀐 전술 탓에 위축된 플레이를 했다. 특히 기성용이 수비에 집중하면서 강점인 패싱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3위인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이라크(120위)를 상대로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손흥민 활용법에도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었다. 손흥민은 지동원, 이청용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소속팀에서 출전기회가 적었던 지동원과 이청용의 움직임은 둔했다. 손흥민도 존재감 없이 전반전을 보냈다.
후반전에 기성용이 미드필더로 올라오고, 이명주 황희찬 이재성 황일수 등이 교체 투입돼서야 한국의 공격이 조금 살아났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의 유효슈팅은 전후반 통틀어 0개였다. 교체선수들을 통해 변화 가능성을 본 게 평가전을 통해 얻은 유일한 수확이다.
김대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수비전술을 변화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국 우리 옷에 맞지 않아 실패한 게 문제다. 중요한 카타르전을 앞두고 상대를 공격적으로 제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카타르전의 관건은 몸 상태 좋은 선수들을 골라내 선발로 내보내는 것이다. 더운 날씨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며 “단순히 볼 점유율을 높이기보단 상대지역에서 위협을 주면서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전방 공격진을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로 구성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카타르전 승패에 따라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침체된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설익은 실험으로 팀웍을 오히려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설익은 실험… 갈 길 잃은 슈틸리케호
입력 2017-06-08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