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지하수에 천년초 섞어 ‘기적의 물’ 속여 폭리

입력 2017-06-09 05:02

지하수에 천년초를 섞어 “각종 질병에 탁월한 기적의 물”이라고 속여 팔아 폭리를 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식품위생법 및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 염모(53·여)씨와 제품 홍보강사 A씨(58)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염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사실상 생수나 다름없는 제품의 가격을 10배 이상 부풀려 5억2500만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기도 가평군의 취수장에서 끌어올린 지하수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약용 선인장인 천년초 즙을 소량 넣어 “세계 4대 성수(聖水)보다 천연유황과 게르마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신비의 기적수”라고 광고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노인과 주부 등 1310명을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모집해 세트(2ℓ짜리 45병)당 19만8000원에 팔았다. 혈액암 고혈압 등 각종 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말을 믿은 피해자들은 일반 생수보다 10배 이상 비싼 값을 치르고 이 물을 샀다. 피해자는 60, 70대가 주를 이뤘으며 이들 중에는 암 환자도 있었고 가족 중에 암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이들이 판 물에서는 게르마늄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중금속 등 유해물질도 없었지만 사실상 시중에 파는 생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제조 과정도 비위생적이었다. 경찰은 “특정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하는 제품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