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치매 증상을 보이는 ‘형질전환 돼지’(사진)가 생산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는 3개의 유전자를 지니는 대(大)동물 질환 모델로서는 세계 최초다.
사람과 유사한 장기 구조와 생리 특성을 가진 치매 돼지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의 토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이승은·박세필 교수팀은 미래셀바이오, 국립축산과학연구원, 메디프론디비티, 건국대, 포천중문의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 가지 치매 원인 유전자(APP, Tau, PS1)를 동시에 발현하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제누피그(JNU pig)’ 생산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렸다. 제누피그라는 이름은 제주국립대(Jeju National University pig)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연구팀은 그동안 축적한 제주 흑돼지 체세포복제 기술을 이용했다. 먼저 치매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농도를 높이는 데 관여하는 APP, Tau, PS1 유전자를 복제하려는 흑돼지의 체세포(피부세포)에 미리 주입했다.
이어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대신 유전자가 들어간 체세포를 집어넣어 복제 수정란을 만든 뒤 대리모 돼지의 자궁에 이식해 임신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3월 30일 형질전환된 제누피그 3마리가 출생했다. 한 마리는 태어나면서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뇌조직 연구를 위해 연구팀이 희생시켰다. 나머지 한 마리는 지난 5월 24일까지 14개월여를 살다 신장염과 생식기 염증으로 폐사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안 치매 돼지는 사육사가 가르쳐준 사료 섭취 방식과 자동 급수기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밥통에다 배변하는 등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신약 개발이나 발병 메커니즘 연구에는 쥐 등 설치류 모델이 주로 이용됐다. 박 교수는 “7∼8월에 제누피그와 비슷한 방식의 복제돼지 여러 마리가 또 태어날 것”이라며 “원천기술만 확보된다면 경제·산업적으로 큰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치매 돼지’ 생산… 알츠하이머병 규명 길 터
입력 2017-06-08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