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암흑세계로의 문이 열렸다. 미라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 늑대인간…. 유니버설픽쳐스의 몬스터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세계관, ‘다크 유니버스’가 구축됐다. 경쾌한 히어로물과는 다른 어두침침한 매력에 빠져들 준비가 되셨는지. 그 서막을 올린 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이라’(사진·감독 알렉스 커츠만)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 미라는 그간 여러 영화에서 다뤄져 온 단골 소재다. 호러물의 전설이 된 ‘미이라’(1932)와 1999년부터 4편으로 이어진 동명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지난 6일 개봉한 ‘미이라’는 기존의 연속성을 버리고 재탄생한 리부트(reboot) 작품. 관객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영화는 국내 역대 최고 오프닝스코어(87만3101명)를 기록했다.
‘미이라’는 중동 분쟁 지역에서 우연히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을 발견한 용병 닉(톰 크루즈)이 5000년간 봉인돼 있던 미라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를 깨우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대 이집트 공주였던 아마네트는 권력에 눈이 멀어 죽음의 신과 손을 잡고 절대악이 된 인물. 닉과 고고학자 제니(애나벨 월리스)는 그를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톰 크루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들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다. 초반 마을 폭격신부터 비행기 추락신, 미라와의 대결신까지 제각기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비주얼. 거미·까마귀·쥐떼가 몰려드는 광경이나 도심 한가운데서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시각효과 등이 CG로 실감나게 구현됐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의 악당 가젤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소피아 부텔라의 강렬한 변신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현란한 볼거리에 비해 정작 알맹이는 부실하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지점이 적지 않다. 특히 어쭙잖게 이어지던 닉과 제니의 러브라인이 주인공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을 때의 의아함을 지우기 어렵다. ‘악의 화신’으로 설정된 아마네트 캐릭터는 기대에 못 미치는 폭발력을 보여주고, 그가 이끄는 미라 군단은 해골 형상의 좀비들처럼 그려진다.
방대한 세계관을 여는 작품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압도적인 스펙터클에 정신이 팔려 110분이 금세 흘러간다. 미라에 대항하는 비밀 집단 프로디지움과 그 수장인 지킬 박사(러셀 크로)의 등장이 차후 시리즈를 한층 궁금하게 만든다.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암흑으로의 서막… 완벽한 ‘미이라’ 2% 부족한 것 [리뷰]
입력 2017-06-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