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수요일’ 성적표… 김이수 ‘유보’, 김동연 ‘9부 능선’, 강경화 ‘공방’

입력 2017-06-08 05:02
문재인정부 주요 공직 후보자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7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벗고 의원 질의를 유심히 듣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부터). 서영희 김지훈 기자

‘슈퍼 수요일’ 인사청문 무대에 오른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3인방은 모두 정면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일부 의혹은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방어할 부분은 적극 해명하고 반박했다. ‘로키(low-key) 전략’이 오히려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정면대응으로 분석됐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전평 역시 여야 간 크게 갈렸다. 여야는 각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자평했고, 상대를 향해서는 “분위기를 압도하지 못했다”고 박한 평가를 내놨다.

7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 ‘메인 무대’는 예상대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차지했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강 후보자가 이날 주요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늑장 납부는 “재산관리를 남편과 별도로 해 잘 모른다”, 위장전입에 대해선 “17년 전 일이고 외국에 살아 기억이 흐리다” 등의 답변을 한 점을 주목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남편이나 모친에게 의혹의 책임을 돌리고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부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도 “강 후보자는 거짓말을 했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와는 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당은 그러나 “야당이 제대로 된 한 방을 터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전까지만 해도 ‘비리 백화점’ 식으로 호도됐지만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별게 아니었구나’ 하는 게 드러났다”며 “야당 질문도 날이 바짝 서지 못했다”고 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강 후보자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루 수준은) 이전 정부 전례에 비춰 낙마 사유가 아니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과거 야당과 비교하면 ‘물어뜯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없다”며 “야당으로서의 태세 전환이 잘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위가 어찌됐건 명백한 일부 의혹은 사실이어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게 됐다”고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 위주로 진행돼 정치권 내부에선 “국회 통과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일단 청문회를 하루 더 지켜봐야 한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이미 언론을 통해 나왔던 의혹 문제에만 집중해 청문회가 ‘예상대로’ 흘렀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옹호만 하는 입장을 취해 ‘과거 송곳 청문회를 했던 원칙과 기준은 어디 갔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서영희 김지훈 기자